시시포스는 교활하기로 소문난 왕이었다.
죽은 뒤에 그 대가로 지옥에 떨어져 형벌을 받게 되는데 들판에 있는
큰 바위를 산 정상까지 밀어 올려놓아야 하는 형벌이다.
올리는 바위가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더 무거웠고 정상에 올려놓으면
매번 땅 아래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시시포스는 다시 내려가 그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했다. 계속 올리고 또 올려야만했다.
도데 채 언제까지 이래야만 하는지 .........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보면 목적이 전도된다.
살기위해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옷을 입기 위해 빠는 것이
아니라 꼭 빨기 위해 입는 것처럼 여긴다. 어차피 올려도 또 내려와서 또
올려야할 돌을 참으로 순간순간 열심히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게 인생 아닌가. 항상 같은 곳을 깨끗하게 청소하시는 분들, 매일
주방에서 반복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세프들의 땀이 있기에 우리가 편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매미는 땅 속에서 7년을 굼벵이로 살다가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어 보름쯤
나무에서 맹렬하게 울다가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매미가 나무에 달라붙어 맴맴 울어대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은 없다.
종일 울어대는 것은 매미의 취향이 아니라 번식을 위해 짝짓기를 해야 하는
수컷들의 절박한 울음이다.
겨우 15일 간의 삶을 위해 7년간 땅 속에서 견딘 매미의 일생이 애처롭다.
글을 쓴다는 것도 매미가 맹렬히 울듯이 하는 노동이다.
날마다 책을 읽어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는 일상이란 고통스런 노
동이다. 시시포스의 노동에 견줄만하다. 시시포스가 들판의 바위덩이를 올
리고 다시 또 올리는 노동을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글쓰기 역시 이와 같
은 형벌이다.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몸에서 진액을 빼내는 작업이다. 항상 글이 잘 써지는 것도 아니다.
한 줄을 써놓고 다음 문장이 이어지지 않아 먹먹하면 책상위에 잔뜩 쌓아
놓은 책을 뒤적인다. 모든 글들이 마음먹은 대로 써지는 법은 거의 없다.
책상위에서 글 쓰는 시간보다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누구나 시시포스의 노동을 반복한다.
그게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