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황하 유역의 강국 제(齊)나라가 소국인 노(魯)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겨 노나라의 기름진 영토 수(遂)를 활량받기위한 강화의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제나라의 왕이 앉을 단상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 환공(桓公)이 올라가 앉았다.
패전국 노나라의 왕이 단 아래에서 엎드려 항복의 예를 올리려는 순간에 노나라
의 장수 조말이 단상으로 뛰어올라갔다.
조말은 환공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며 “제나라 군사 하나라도 올라오면 이 비수
를 환공의 목에 꽂겠으니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라”고 외쳤다. 위기를 의식
한 환공은 “아무도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라.”라고 명령한 뒤 “이게 무슨 짓이냐”
하고 꾸짖었다. 이에 조말은 “제나라는 강대국이니 노나라의 땅 수(遂)를 뺏지 않
고도 살아갈 수 있지만, 약소국인 노나라는 기름진 땅 수를 빼앗기면 백성들이
굶어죽는다. 수를 뺏지 않겠다고 약속하라.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너 죽고 나죽자>’”하면서 위협했다.
환공은 위기를 면하기 위해 조말의 요구에 일단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동의를 받
아낸 조말은 비수를 단상에 던지고 내려왔다. 위기의 순간이 지나자 환공의 측근
들이 단상으로 뛰어 올라가 환공을 위로하면서, 조말을 잡아 처형하고 협박에 의한
약속은 무효임을 선언하여 환공의 명예를 회복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때 제나라의 재상 관중(管仲)이 앞으로 나서며 “비록 협박에의 한 약속이
라도 그 것을 지키면 환공은 제후들의 신뢰를 얻게 되고, 신뢰를 얻으면 천하(天下)
를 얻게 됩니다.”라고 진언했다.
관중의 조언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환공은 조말과의 억울한 약속을 그대로 지키기
로 했다. 손바닥 뒤집듯 쉽게 폐기할 수도 있었던 약속을 깨끗이 지킨 것이다.
그 후 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남쪽 양자강유역에 있던 초(楚)나라가 강성해지면서
북진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북방의 제후들은 1대1로 초나라와 싸우는 것은 전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군사동맹을 맺어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회동했다.
여기서 제후들은 동맹군의 총사령관을 뽑아야했는데, 2년 전에 억울하게 당한 약속이
지만 깨끗하게 지켜준 환공을 모두 신뢰하여 만장일치로 그를 추대했다.
이로써 환공은 춘추시대 5대 실력자로 춘추5패(春秋五覇)의 1인자가 되었다. 는 기록이
사마천의 사기에 이록되어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이 복잡하게 보인다.
그러나 관중(管仲)과 같은 현자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경쟁자들의 '신뢰(信賴)라는 믿음'이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된다는 역사의 지혜 를
책에서 배운다. 복잡한 것은 약하고, 단순한 것은 강하다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