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사랑
일제 강점기에 일본 도쿄에서 장래의 꿈을 키우던 고학생 청년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라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는데 그 청년이
후일 재벌기업의 총수가 된 최고의 중년남자였다.
그가 창업한 ‘롯데’는 일본과 고국에서 성공한 브랜드로 소설의 여주인공
‘샤를로테’의 애칭이라고 한다.
그는 실제로 소설의 여주인공을 1977년 ‘미스 롯데’ 선발대회에서 청년
시절 그의 의식에서 지배해왔던 청순한 여주인공 이미지를완벽하게 구현
한 어린 여성을 찾아냈고, 끈질긴 구애 끝에 아내로 맞는다.
그에게는 아주 낭만적인 사랑이었다.
그에게 37세 아래인 아내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랑도 권력관계다.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느냐에 따라 갑, 을 관계가 결정된다.
대개는 젊은 예쁜 여자가 甲이고, 나이든 남자가 乙인데 이걸 역전시키는
방법은 돈이다. 중년 남자가 사랑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돈과 권력
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남자가 돈을 쥐고 있는 한
‘원조교제’가 가능한 게 현실이다.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남녀관계다.
많은 남자들이 중년의 위기에서 열정의 불을 지피고 싶을 때 시도하는 보편적 방법이 외도(外道)나 원조교제다.
실제로 젊은 여성은 돈 많은 중년 남자가 원하는 것을 주게 된다..
그가 주는 것에 감사하고, 그가 가려고 하는 장소에 따라 나선다.
중년의 사내는 새로운 성적충동에 눈을 뜨고, 마치 삶이 회생하는 것 같은
기분이 죄의식이나 미안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자신의 성적 능력을 되살리는 일이 너무 급한 나머지, 아내나 자식들의 입장
이나 감정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중년에 접어들면, 더 이상 섹스를 통해 남성다움을 인정받으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섹스 아닌 대화로 감정을 표현하고 운동, 독서, 취미생활에서 성취감을 느끼
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섹스를 많이 해도, 행위 뒤의 허탈감을 지울 수 없고,
아무리 많은 여자를 만나도, 돌아서면 적막감의 늪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아버지 역할을 하는 남자와 딸 역할을 하는 여자 커플은 재앙을 향해
달려갈 확률이 높다. 남자가 너무 큰 짐을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역할을
하는 아내와 아들 역할을 하는 남자커플 사이는 쉽게 안정을 찾게 된다. 놀라
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나이를 먹은 남자라도 그 내면에는 아이가 있기 때문
에 죽을 때까지 모성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대개 결혼 한지, 15년 내지 20년이 지나면 아내는 자녀 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게 된다. 이 답답한 사정이 탈선의 변명이
될 리 없지만, 남자의 성욕이란 때로는 어이없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하기 쉽
다는 것이다. 이게 사내들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중년파산으로 치닫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