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하늘과 땅이 맞닿아야 이루진다고 한다.
간절함이 모여야 하늘에 닿는 법이다.
성경(마가7:24~)에 귀신들린 딸을 둔 여인이 예수를 찾아와 자기 딸을 고쳐
달라고 애원한다. 그녀는 이방인이었다.
“예수는 자녀들을 먼저 먹게 하자.
자녀의 음식을 개들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서 자녀란 유대인을, 개란 이방인<하층천민>을 가리킨다.)
당시 유대인들은 이방인을 무시하고 경멸하였다.
개라는 말을 들은 여인은 심히 분노할 법도한데도 이렇게 말한다.
“그 말은 맞습니다.”
다만, 개들도 제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지 않습니까?
라며 딸에게서 귀신을 쫓아줄 것을 요청한다.
예수는 이 여인의 간절한 애원에 감동한다.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고 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간절히 소원했던 여인은 목적을 이루었다.
기적은 이렇게 이루어지는 법이다.
흡월정(吸月精)이란 음력 초열흘부터 보름까지 닷새 동안 달이 만삭처럼 둥그렇게
부풀어 오를 때 떠오르는 달을 맞바라보고 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셔, 우주의 음기
(陰氣)를 생성해 주는 달의 기운을 몸속으로 빨아들이는 일을 말한다.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보름달 밤의 공기는 달빛이 녹아있다고 믿어 아이를 못 낳는
부녀자나 신부는 이날 밤공기를 33번 흡입했다고 한다. 그저 큰 숨이나 들이쉬고
내 뱉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옥마을에는<혼불>의 작가 '최명희 문학관’이 있다.
최 작가의 50세 인생이 남긴 것을 거의 빼놓지 않고 모아놓았다.
문학관 내부에 들어서면 중앙에 전시된 원고지 더미에 눈길이 간다.
<혼불>원고량의 3분의 1인 4000장만 쌓아 놓았는데도 높이가 어른 허리에 이른다.
모든 원고지를 다 쌓으면 높이가 3m에 달한다고 한다.
작가의 말이다.
나는 “일필휘지(一筆揮之)를 믿지 않는다.
원고지 칸마다 나 자신을 조금씩 밀어 넣듯이 글을 써내려갔다."
최 작가가 밀어 넣은 마음과 몸이 깃들어 있다.
<혼불>10권 4만 6천여 장의 원고지를 묵어낸 17년간의 몸부림이 기적을 만들었다.
기적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괜히 요행을 바라지 말라
기적은 하늘과 땅이 맞닿아야 이루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