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꽃피어 <시인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너도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나도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거대한 숲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땅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온 작은 씨앗의
시작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거대한 바다를 이룰 수 있었던 건. 새벽녘 잎사귀
에 내려앉은 작은 이슬 한 방울의 시작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나부터, 내가 먼저 변해봐라
척박한 세상을 그래도 살만하게 만든 건. 눈을 비비며 일어난 작은 아이의
해맑은 미소가 있었기 때문 아닌가.
이슬방울이 개울을 만들고 강을 만들고 바다가 되듯, 작은 씨앗에서 시작하
여 아름드리나무가 되듯, 모든 큰 것은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불가능한 기적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다.
그러나 모든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며 싹을 틔운다하더라도 모든 싹
이 아름드리나무로 크는 것은 아니다.
한 움큼의 햇볕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서 태양을 향해 가지를 뻗고, 수분
을 조금이라도 더 빨아드리기 위해 습한 곳으로 뿌리를 뻗는다.
그래서 나무는 바쁘다.
이런 경쟁에서 뒤처지면 다른 나무의 그늘에 가려 성장이 정체된다.
모든 큰 것은 작은 것에서 비롯되며 작지만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작은 생각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생각들이 열정으로 뭉쳐서 혁명의 물결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