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민중은
개. 돼지”라고 한 말 때문에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 놓고 국회에 출석
해서 과음으로 실수를 해 죽을죄를 지었다고 사죄했지만 중징계를 맞고
파직 당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고 또 사람 때문에 행복해하기도 합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만나는 가족, 밖에 나가서 만나는 친척, 친구, 동료 등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별 뜻 없이 내 뱉은 말이 비수처럼 꽂이기도 하고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합니다.
口是禍門이란, 입이 화의 근원이라는 뜻으로 입조심 말조심하라는 말이다.
함부로 감정을 표출하거나 지나치게 수다를 떨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는 <마태복음15:11>에서 “밖에서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게
아니라 입 속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 더럽게 한다.”고 합니다.
중국 당나라에서 재상을 지낸 馮道(풍도)라는 정치가는 열 한 명의 임금을
섬길 정도로 처세에 능한 달인이었는데 그가 처세에 필요한 舌詩(설시)를
남겨 놓았습니다.
<풍도의 설시>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입은 화근의 문이요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
안신처어우(安身處處宇) 몸이 어느 곳에 있든지 편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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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고요한 곳에서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과정으로 평소의 말 수를 줄이기 위해 카토릭에서는 침묵피정(沈黙避靜)
을 하고 불교에서는 黙言修行(묵언수행)을 한답니다. 개인들도 참여하는 사람
들이 많다고 합니다.
논어에서 공자는 눌언민행(訥言敏行)하고 중위불고(重威不固) 하며 삼사일언
(三思一言)하고 수구여병(守口如甁)하라고 합니다.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되, 위엄을 지켜가되 말을 많이 하는
꼰대가 되지는 말자며, 한 번 말을 하려면 세 번 생각하고, 병마개는 평소에
단단히 막아두었다가 꼭 필요할 떼에만 여는 것처럼, 사람의 입도 꼭 필요 할
때에만 열고 평소에는 꼭 닫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영삼 정부시절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본심을 드러내는 말을
해 곤혹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정치는 4 류, 정부는 3류 기업은 2류’
라고 했다’ 틀리지 않는 말이지만 불쑥 던진 이 말 한마디로 당시 청와대의 분
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꽤나 고생을 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 놈들 버르장머리 고쳐놓겠다”했다가 한일 관계
에 한동안 불편해지기도 했었습니다.
‘잠언집’에서도 “듣기는 빨리하고, 말 하는 데는 한 박자만 늦춰 더디 하라”
고 합니다. 입조심이 얼마나 어려우면 이렇게까지 오랜 세월에도 이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