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전주 화심 원조 순두집에 가서 아침을 한 적이 있다. 꽤 유명한 맛 집이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 밑에 “맛을 내기보다 맛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적혀 있다.
아마 주인장이 맛을 지키기만 해도 된다고 믿고 수성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는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글 생각이 났다.
중국에 당나라를 어렵게 세운 이세민이 당태종이 되고나서 사치를 경계하고, 영토를
넓히는 한편, 제도를 개혁하며 민생을 챙기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널리 인재를 등용하
여 학문과 문화진흥에도 힘서“ 유례없는 太平聖代(태평성대)를 이룩했는데 이를“정관
의치(貞觀之治정관지치)”라 하여 후세의 군왕들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본보기로 삼았
다는 것이다.
이렇게 태평盛世(성세)를 이룩하는 데는 태종 이세민을 보필한 어진 충신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복야와 위징이 있었다.
어느 날 태종이 이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묻는다.
“창업과 수성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시오?”
그러자 복야는 이렇게 대답한다.
“천하가 어려울 때 다투어 일어나는 群雄(군웅) 중에 최후의 승자만이 창업을
할 수 있으니 당연히 창업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위징은 생각이 달랐다.
“물론 제왕의 자리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처럼 힘겹게 차지한 권자
도 그 자리에 앉고 나면 지난 일들을 망각하고 안일에 빠져 쉽게 잃는 법, 따라
서 수성이 더 어렵다고 아룁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은 태종이 입을 연다.
“복야는 짐과 함께 숱한 고비를 넘기면서 힘겹게 천하를 얻었기 때문에 창업이
어렵다고 한 것이지만, 위징은 사람이 부귀해지면 교만과 사치기 따르기 마련이
고, 마음도 헤이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수성이 어렵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창업의 어려움은 끝이 났으니 짐은 경들과 함께 수성에
힘쓸 것이다”라고 한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당태종의 말대로 사람은 누구나 富貴(부귀)해지면 지난 일들을 망각하고 안일에
빠져 교만과 사치에 젖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성공한 사람이 교만과 사치에
빠지면 힘겹게 이룩한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