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만해도 세상에 PC라는 게 없었다.
20년 전만해도 세상에 휴대폰이 없었다.
10여 년 전에는 Google이 없었다.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의 수가 5000만 명을 돌파하는 데는 무려 38년이 걸렸는데
페이스 북 회원수가 1억 명을 넘어서는데 9개월이면 충분했다.
무인 자율주행차가 시내를 운행할 시기는 눈앞에 와 있으며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나 의사들의 진료까지도 인공지능이 대신할 날도 멀지 않았다.
눈 깜작할 사이에 세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바둑을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를 9급, 최고의 경지에 오른 9단을 입신(入神) 즉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부른다. 이세돌 9단은 첫 손가락에 꼽히는 고수다.
入神 중의 入神이다. 그런데 Google이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건 알파고와의 대
국에서 9단, 입신이라는 이세돌은 내리 3판을 졌다.
Alphago가 인간 入神을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는 학습(學習)이었다.
학습은 사람만하는 게 아니라 기계도 학습한다.
무수히 많은 수의 경우를 학습하면서 알파고는 入神을 뛰어넘는 경지에 도달했다.
인간 바둑기사들의 10의 170승 거의 무한에 가까운 수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익
혀 가고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승률이 높은 곳에 돌을 놓는 방법을 스스로 모색하
는 인공지능이 된 것이다. 프로그램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알파고는 學과 習의 단계
를 거쳐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習은 이처럼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논어의 첫머리도 ‘學而時習’(학이시습)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여조삭비(如鳥數飛)’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갓 태어난 어린 새가 날개 짓을 수없이 반복해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니 그렇다.
둘 번째는 논어 자장 편에 나오는 ‘절문근사(切問近思)’다
절실하게 묻고 깊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상대는 왜 저기에 돌을 두었을까?
중앙에 대마가 위험한데 그걸 살릴 수 있는 최선의 수는 뭘까?
반상에 놓여 있는 돌들을 바라보면서 절실하게 질문을 던지고 깊게 생각해야 기력
(棋力)이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둑을 심담(心談)이라고도 한다.
바둑을 두는 것은 손이지만 판의 형세를 읽고 수를 분석하고 돌을 어디에 놓을 것
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Alphago를 개발한 Google계열사의 이름이 딥 마인드(deep mind)인데 이는 논리
를 넘어 “상상의 세계”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이란 다양한 데이터나 복잡한 자료들 속에서 핵심적 내용을 요약하는
작업을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기 위해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학습된 기계를
말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지켜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논어 자한 편에 공자가 4가지를 끊었다, 하지 않았다고 하는 子絶四(자절사)가
나오는데 이를 無意(무의), 無必(무필), 無固(무고), 無我(무아)라고 하는 것이다.
*확실하지도 않는 것을 자기 멋대로 생각하며 억지를 부리지 않았고,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상황을 못 박으려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지도 않았으며,
*자신만을 챙기는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일들을 꼭 지켜간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아니 어쩌면
그런 의식조차도 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지 모른다.
이게 어디 세상살이에만 해당하는가.
절사(絶四)는 파생시장에서도 적용되는 수칙이며 비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야 한다. 행여 불확실한 것을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억지를 부리지는 안했는지,
시장이 꼭 이렇게 갈 것이라고 못 박지는 안 했는지
누구의 의견도 무시라고 고집을 부리지는 안 했는지
지나치게 자기욕심 만 앞세우지는 안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리스크를 줄이고 최고중의 최고 입신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