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나에겐 잔인한 달이다.
오늘이 가정의 달 5월의 마지막 날 이다.
난 어머니와 얽힌 애잔한 기억을 되새김질 하는 달이다.
어머니는 집에서 3개월, 병원 중환자실에서 23일을 투병하시다 떠나셨다.
그해 나는 정년을 채우지 못하면 퇴직금에 불이익이 생긴다는 특별한 이유로
충분히 간병을 해드리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해마다 5월이면 후회스럽고 가슴이
먹먹해온다. 그래서 5월은 나에겐 잔인한 달, 두려운 달이다.
그 특별한 일이란 알량한 돈 때문에 사표를 던지지 못하고 어머니를 위해 3개
월 23일을 온전히 바치지 못한 불효가 자책으로 남아 해마다 5월이면 괴로움을
겪는다.
언젠가 차 속에서 우연히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듣게 된 미국의 카누 선수
‘빌 하벤스’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미국 최고의 카누 선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파리 올림픽기간, 자신의 경기일정과 겹친
다는 걸 알게 되고 그는 깜짝 놀랄 결정을 하게 된다.
“우리의 첫 아이를 만나는 날, 아내 곁을 떠날 수는 없다.” 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가족이 아무리 소중하다해도 4년간을
피땀 흘리며 준비한 올림픽을 어떻게 포기한다는 말인가?
언 듯 이렇게 생각이 들 수 있다.
‘이건 특별한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어 ’이건 예외야’를 반복하면서 가족은 나
중에 에 더 잘하면 되지...........
‘빌 하벤스’ 이야기는 올림픽 역사를 통틀어 아주 드믄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은 특히 ‘어머니’는 항상 ‘특별한 일’ 앞에서는 뒤로 미룰 수 있다
고 쉽게 생각했던 우리에게 적잖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때 ‘특별하다’는 일이 과연 ‘특별’했을까?
세상 무엇보다 ‘특별한’것이 ’가족’이라고 우리는 늘 말하면서도........
왜?
매번 가족보다 ‘특별한’일이 생길까?
나중에 더 잘하면 되지, 그 나중은 오지 않는 법이다.
언젠가 생길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이 오면 ‘빌 하벤스’의 ‘특별’한 선택을 따르
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