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인류학자 방주네프에 따르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분리, 전이, 통합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분리’는 이전 상태로부터
결별을 뜻하는데, 다시 말해서 옛 존재의 죽음인 것이다.
이전의 존재가 죽지 않고 어떻게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겠는가.
예를 들면 불가의 승려가 되려면 머리를 깎고 세속의 옷을 벗고 승복을 입어 이전
상태와 분리된 것을 명확히 나타낸다. 군인들도 민간인의 옷을 벗고 군복을 입으며
머리를 깎아 이전의 세계와 ‘분리’를 확실히 한다.
‘전이’란 혹독한 고난을 통해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는 과정을 뜻한다. 스님들도
승복을 입었다고 바로 승려가 되지 않는다. 일정한 교육기간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
소 계를 받고 스님이 된다. 제대로 된 중이 되려면 큰 스님 밑에서 혹독한 수양과
교육을 받고나야 비로소 스님다운 스님이 되는 것이다. 승복만 입었다고 다 중이
아니다. 무지한 신도들 재물이나 낚아채는 땡 중들이 허다하다.
군인들도 혹독한 훈련병 과정을 거쳐야 이등병 계급장을 단다.
해병대를 알아주는 것은 그들이 지독한 훈련을 견뎌낸 결과다.
통과의례의 ‘통합’이란 새로운 공동체나 단계에서 새로운 지위를 허락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석가모니 붓다의 삶을 살펴보자. 그는 왕자로 태어나 안락한 생활을 하다가
29세에 인간 세상의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고통을 알게 된 후 출가하는데 이것
을 ‘분리’라 한다. 이전의 다른 존재, 더 성숙한 존재가 되기 위한 ‘분리’였다. 그렇
지만 출가했다고 해서 바로 붓다가 된 것이 아니다.
6년 동안 엄청난 고행을 거친다. 바로 ‘전이’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35세에
드디어 깨달음을 얻고 붓다라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통합’이 일어난 것이다.
새로운 존재로 지위가 확고해진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삶에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누구나 이전의
존재와 ‘결별(분리)’하는 상징적인 죽음을 경험하고 ‘전이’의 단계에서 나름대로
혹독한 시련을 감당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막 태어난 영아는 산모와 연결된 탯줄을 잘라내지(분리) 않으면 두 생명체가 살아
남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 나만의 시련과 고난이 힘들어 더는 못 견디겠다고 하
는 분이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드리고 극복하
기를 바란다. 본인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녀가 시련과 고통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너무 걱정해서는 안 된다. 이 ‘전이’의 단계를 거쳐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지 않으면
부모인 나도 자식도 모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고난은 축복의 전주곡이
라고 쓰여 있다. 고난 없이 얻어진 축복은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날이 새롭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고 싶다면 이전의 존재와 결별해야 한다.
혹독한 오늘의 시련과 고통이 더 없이 필요한 즉,
지금의 이 순간의 고통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할 것임을 굳게 믿어야 한다.
그러니 나날이 결별하고, 나날이 다시 태어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