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그만지 80년 !
위수의 강가 버드나무 아래 앉아 세월을 낚던 백수 ! 강태공이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했고 학문에만 몰두하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아 참다못한 그의
아내는 집을 뛰쳐나갔다.
강태공의 낚싯대는 바늘 자체가 없거나 곧은 바늘을 드리웠다.
그는 고기 잡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가 강가에 앉아있는 이유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자신을 인정해줄 덕과 지혜를 겸비한 군주를 만나기 위해 강가에 앉아 낚시를 하
는 척한 것이다.
그가 강가에서 그리는 님 이 다가올 날만을 마냥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었을까?
아니다. 자고로 물의 순리는 지혜를 닮았다고 한다.
강태공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깨닫고 또 깨달았을 것이다.
낚시는 때를 기다리는 도구일 뿐이다.
강태공은 물고기의 입질이 앙탈이 명상(瞑想)을 방해하기에 바늘을 치운 것이다.
자신을 맑게 정제하고 강인함과 유연함을 키운 것이다.
그가 그냥 세월만 보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전국에서 인재를 찾던 주나라 문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우연히 강태공을 만난다.
잠시 대화를 나눠본 후 여러 분야에 걸쳐 박학다식한 강태공에 감탄한다.
문 왕은 강태공을 재상으로 등용했고 후일 강태공은 큰 공을 세워 제나라의 왕까지
된다. 인내와 기다림으로 기회를 포착하여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의 대박을 터뜨
린 것이다.
나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일전에 지인의 문상을 갔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고인의 나이가 80대 이면 주
저 없이 ‘호상(好喪)’이라 했었는데 근래엔 호상이라고 했다간 ‘실언(失言)’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인간의 한계수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120년이라는 설이 유력해졌다.
의학계는 그 근거로 급진전하는 의학기술과 생활여건 개선 등을 꼽는다.
동물 수명이 성장기의 5배이므로 25세까지 자라는 인간은 125세까지 살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를 받쳐주는 ‘역사적 흔적’도 있다.
세계 공인 최장수자는 1997년 사망한 ‘잔 칼맹’ 할머니로 122세까지 살았다.
성경에는 ‘모세가 120세에 죽을 때에도 눈이 흐리지 않고 기력이 쇠하지 않았다’
는 구절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사람 수명을 약 120세 로 적시했다.
신체적 나이만을 기준으로 70대를 ‘노땅’ 운운하며 배척해서는 안 된다.
요즘 나이 계산법(현재 나이×0.7)에 따르면 70세는 49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령에도 명 참모로 이름 떨친 역사적 인물도 제법 있다는 걸 아는가.
중국 주나라 때 강태공은 70대까지 백수로 낚시터 유유하다 80줄에 문 왕의
참모로 영입돼 중국 통일의 기반을 마련했다. 세종대왕의 신임을 얻은 황 희 정
승은 68세에 영의정에 올라 86세까지 18년 간 명재상으로 칭송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