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에는 텃밭에 돋아난 부추를 베어다 전을 부쳐주시던 어머님 생각에
가슴이 저려온다.
“어머니 전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 아들이 꼭 될 거야,
내말 들려?
어머니는 대답 없으시다.
난 어머니 아들로 태어나서 너무 행복했어요.”
그래도 어머니는 대답이 없으시다.
어머니 가슴에 손을 넣어보니 아직은 온기가 있었다.
그런데 의사는 운명하셨다고 한다.
그것이 어머니와 나의 마지막 이었다.
임종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보내드려야 했던
불효를 어찌해야 할지...... 내가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서 너무나 행복했다는
내말을 들으셨다면 이 세상을 하직하고 떠나는 어머니 마음이 얼마나 푸근하고
뿌듯했을까?
‘그래’
‘내가 이 세상을 잘 못 살고 가지는 않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인데..........
꿈에서라도 어머니가 나타나시면 꼭 묻고 싶은데 16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한
번도 생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신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설이 맞다 면 인연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 먼 훗날 우
리 모자가 자리가 바뀌어 태어날 수도 있다. 인연설에 의하면 그런 확률이 높다.
갚아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이 베푸는 자리로 옮아가고, 사랑 받기만 했던 사람이
한없이 베푸는 자리로 가는 게 윤회의 법이라면 내가 엄마자리로 가는 게 맞다.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참으로 미안하다.
아닙니다.
어머니 아들로 살아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죽음으로 이별하는 부모와 자식, 떠나는 부모와 남는 자식 간의 이런 마지막 대
화를 못 한다 해도 임종만이라도 지켜드리지 못하면 평생 한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