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미국의 심리학 교수였던 매슬로가 주장한 욕
망의 다섯 단계를 다시 한 번 살펴보려고 한다. 그는 욕망의 최 저변에는 등 따
습고, 배부른 것을 추구하는 ‘동물적 욕구’ 가 있다.
그것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그때부터는 위험이나 위협에서 벗어나 다리 쭉 뻗
고 편하게 살고 싶은 ‘안전의 욕구’를 찾게 된다.
그러나 그것에 익숙해지면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가정, 집단에 귀속하려는
‘사회적 소속 욕구’즉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거기에서 더
발달하면 남들 틈에 끼어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존중
욕구’가 생기는데 쉽게 말해서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 모든 욕구가 다 충족된다고 해도 여전히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는 욕
구가 남아있다. 지금까지의 것과는 달리 외부가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
는 욕망의 소리, 존재의 결핍을 채우려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처럼 욕망의 다섯 단계에서 가장 높은 정점에 해당하는 것은 내가 나를 충족
하게 하는 빈 골짜기에서 홀로 향기롭게 피어나는 난초의 존재와 같은 것이다.
바로 자족하는 단계다. 논어 학이편> 첫장에 나오는 구절에 “人不知, 而不慍,
不亦君子乎(인불지 이불온 불역군자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조금도 섭섭해 하지
않으니 군자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바로 자족하는 단계다.
내가 너희를 위해 어떻게 했는데, 나를 몰라주다니 하면서 우린 섭섭해 하고 원
망을 하게 된다. 성경 마태복음 5장46절에 “너희가 너희를 사랑 하는 자를 사랑하
면 무슨 상이 있으리오. 세리도 이같이 하느니라.” 라고 예수는 말한다.
나한테 잘하는 사람에게 잘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잉태의 고통을 이겨내고 산고의 고통을 거쳐 어린생명은 세상에 나오는데 이때 산
모는 오직 태어난 어린 생명에 향해 고맙다! 라는 생각뿐, 그리고는 자신의 고통을
모두 잊는다.
이같이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망’이란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잡초들 틈에
섞여 혼자서 고결한 향내를 내뿜는 난초의 모습과 같은 내면 지향적인 자족(自足)의
경지라 할 수 있다.
마치 ‘하나님이 혼돈 속에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것을 돌아보며 심히 기뻐하셨다’
라고 한 창세기 1장의 기록처럼 순수한 기쁨이요, 즐거움이다.
더 무엇을 바라지 않는 자족하는 모습 말이다.
물론 인간의 욕구가 한 단계, 한 단계 차례대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초적인 생리적 욕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가난 속에서도 단박에 다섯 번째단계
로 도전하는 예술가나 학자 스포츠 스타도 얼마든지 있다.
반면에그 사회로부터 가장 존경받아온 지도자들 가운데 첫 단계인 동물적 욕구에
사로잡혀 부패의 구덩이로 추락하는가 하면, 외롭다고 사랑받고 싶어 딸 같은 여자에
게 추태를 부리다가 망가지는 경우도 허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