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 인문학
어느 사회나 초기 단계는 정치학, 법학이 중심 기능을 한다.
사회가 좀 더 발전하면 경제학, 경영학 등이 주도적 기능을 한다.
그 다음 사회가 좀 더 발전하면 인문학, 심리학이 중심 학문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 보다 더 발전하면 고고학, 인류학이 주요 학문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고고학이나 인류학을 발전시켰던 나라들을 보면 대개 제국을 꿈꿨던 나라들이다.
즉 제국을 꿈 꿀 정도가 되어야 고고학, 인류학의 범위에서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문학이 중심
기능을 하는 사회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우리 한국 기업들이 상상력과 창의성을 최대 핵심 문제로 다루고 있는 이유는 인문학
적 토양에서만 상상력과 창의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구글이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데 6000 명 중 4~5 천명을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원
을 먼저 채용한다고 하며, 한국에서도 삼성, 현대, 국민은행 등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
춘 인재를 채용하는 비중을 늘려 가고 있다.
미국에서 50위~100위 안에 드는 기업의 CEO들은 MBA(경영학 석사과정)출신이 거의 없다
고 한다. 기업의 경영자들이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고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
이란 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자들인 피터 린치, 조지 소로스, 워련 버핏, 빌 게이
츠 등은 인문학에 심취하거나 전공한 사람들이다.
조지 소로스는 철학자 칼 포퍼의 제자였다.
왜 인문학 출신이겠는가? 별다른 이유가 없다. 기업을 진두지휘하는 자리에 인문학 출
신을 갖다 놔야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을 좀 더 포괄적 의미에서 ‘상인(商人)’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직업과 달리 상
인들만의 특징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한 판단이나 결정이 곧바로 큰 부자가 되는 것
도, 망해버리는 것도 순간적인 한 번의 선택이 결정해 버린다.
그러니 매 번 죽느냐 사느냐하는 갈림길, 항상 생과 사의 경계선에 서 있기 때문에 긴
장 속에서 살아가 게 된다.
이처럼 생과 사의 경계선에 서서 민감성을 유지하는 ‘상인’들에게 갖추어진 고도의 감
각은 ‘더듬이’와도 같다.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딱’ 보면 ‘딱’ 안다. 이 ‘딱’이라는
게 감각이다. 이 게 바로 ‘통찰’이고 ‘더듬이’다. 상인들은 세상사 거의 모든 일을 ‘딱’보
면 ‘딱’ 알아야 한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대개는 일이 꼬여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지금 대기업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신들의 생존 때문이고 새로운 인류에
맞추어 가는데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으로 딱 알아챘다는 것이다. 더듬이란 통찰
력 이라고할 수 있는데 인문학이 바로 이 통찰력과 관계되는 학문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