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와 은행'
스위스의 상징은 ‘시계’ 그리고 ‘은행’이다.
지난 해 12월 스위스 제네바 소더비 경매장에서 5년에 걸쳐 제작된 명품 수제
회중시계 하나가 사상 최고가인 263억 원을 기록하며 익명의 수집가에게 넘어
갔다. 정확, 약속, 신뢰가 생명인 시계는 스위스의 상징이다.
세계의 신사들이 스위스 명품시계를 차는 이유는 돈 자랑하기 위한 게 아니다
신사의 자격, 즉 신뢰를 차는 것이다.
스위스 ‘은행’ 역시 신뢰가 밑천이다.
세계의 부자들이 이자를 바라보고 스위스 은행에 거액을 맡기는 게 아니다.
신뢰를 고부가가치로 확장시킨 것이다.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9만 달러를 넘는 최상위다.
다음 천 년의 먹거리를 이미 다 준비한 나라다.
신의를 자원화한 나라가 스위스라면 “에티켓”을 자원화시켜 성공시킨 나라는
일본이다. 1인당 국민소득 7만 8천 달러다.
그들은 성실, 청결, 친절을 글로벌 이미지로 구축시킨 나라다.
지진, 화산, 쓰나미, 등 끊임없는 자연 재해에도 협동정신과 높은 질서의식,
집요한 과학정신으로 꿋꿋이 이겨내고 있는 선진국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1천 달러의 중진국에 진입했지만 일본이나 스
위스가 중진국일 때 품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스위스나 일본이 가진 교양이나 매너가 턱없이 부족하다.
뉴욕의 버스 정류장에서 장애인을 보면 운전기사가 내려와 탑승을 도와 맨 머저
태운다. 다른 승객들도 교통 약자들이 승차한 뒤에 오르는 것이 그들의 질서다.
줄을 서서 차례대로 승차하는 것이 ‘애티켓’이라면, 순서를 양보하고 자리를 양보
하는 것은 ‘매너’다.
우리나라 버스 정류장 풍경을 보면 애티켓도 매너도 빵점이다.
중진국 수준에 한참 모자란다.
프랑스에는 나이든 노인들이 아주 깔끔하게 차려 입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풍
경을 흔하게 본다.
그렇게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아야 남도 존중할 줄 아는 것이다.
한국인들처럼 늙었다고, 가난하다고 함부로 막 살지 않는다.
옛날 조선시대 선비들은 막 살지 않았다. 동방의 예의지국이란 말을 들었다.
영국의 윈체스터 칼리지를 세운 위컴 주교의 말이다.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고귀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말로 진
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헤밍웨이의 명언집에 이런 말이 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용기가 진정한 ‘신사의 자격’이다.”
어느 나라든 국민소득 1만 불까지는 성실, 2만 불까지는 기술로 가능했다.
그렇지만 3만 불은 문화, 4만 불 이상은 품격(매너)이 있어야 가능하다.
고품격 매너가 아니고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첨단 기술 확보에만 열을 낼 것이 아니다.
기술, 문화, 품격을 동시에 구축해 나가는 것이 창조 경제이며 진정한 경쟁력인 것이다.
이 나라 지도층 이라는 분들부터 글로벌 매너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상품이나 사옥만 디자인 할 게 아니라 리더의 품격부터 디자인해야 나라의 품격이 높아
져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삶을 디자인하는 것은 돈 드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중진국다운 매너와 품격을 갖추었는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체질 개선을
어떻게 해야할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품질과 품격’이 다르듯이 ‘일등과 일류’는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이다.
일류 매너를 지닌 품격있는 신사로 거듭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