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의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마라
강물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마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마라
술에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한 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마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마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는 땅 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이 시에서 가슴에 깊숙이 다가오는 것은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는 시인의 권고가
지금의 나에게 한 없이 위안을 준다.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