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빨라지면 각도를 잃는다.
여러 마리의 산양(山羊)이 산에서 풀을 뜯는다.
앞에서 풀을 뜯고 있는 산양보다 더 많은 풀을 뜯기 위해 뒤에 있던 산양이 앞의
산양을 밀어붙인다. 밀린 산양은 뒤지지 않기 위해서 더 빨리 앞으로 나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산양들은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결국 산양들은 풀을 뜯어먹지도 않고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왜 달리는지 목적도 잊어버리고 그냥 달리기만 한다.
검도(劍道)에 ‘중단 겨눔’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잠깐 공격을 멈춘다.
다음 공격을 위한 치열한 멈춤이다.
이 ‘중단 겨눔’ 속에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이다.
멈춰있으면서도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고 공격하면서도 순간순간 멈추지 않으면 그
공격은 실패로 끝난다.
멈춤이 있어야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공격 포인트를 포착한다.
중단 겨눔은 급소포착의 치열한 준비다.
멈추지 못하면 무너지고 불행이 시작된다.
기업가(企業家)라고 할 때 企는 사람人자 밑에 止멈출지자를 쓴다.
그치지 않고는 기업을 계속 성장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내일 또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명의 나무꾼이 있었다.
한 명은 하루 종일 나무 베는 일을 14시간 한다
다른 한 명은 하루 8시간 나무를 베고 일찍 퇴근한다.
20년 뒤 누가 더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단순 노동시간만 따진다면 14시간 일한 사람이 더 부자가 됐어야 하지만 더 성공한
사람은 8시간만 일한 사람이다 그는 8시간 일하고 나머지시간은 세상구경을 다녔다.
옆 마을 숲에서는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고 더 멀리 떨어진 숲에서는 나무를 가공해서
종이를 만드는 공장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마을로 돌아와 공장을 세우고 갑부가 된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숲에 갇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살아남는 것들의 비밀’이라는 이랑주 작가의 말이다.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자기만의 각도를 갖는 것이다.
속도와 각도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각도다.
속도를 줄여야 각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가 빨라질 수 록 우리의 삶은 피폐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