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보고 싶은 산 운장산
11월 13일 8 번 째 산이다. 집에서 출발 50분 거리에 있는 산이다. 오늘 일기예보가 흐리고 가끔 비가 내린
데서 비옷도 준비했다. 그리고 제일 짦은 코스를 택했다. 운장산 휴게소, 넓다란 주차장이 헐렁 여유롭다.
다행이 비는 오지 않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남들은 정상(1126m)까지 왕복 4시간, 산길 난이도는 중급 이라지만, 낙엽이 비를 맞은 채 쌓여 있어 미끄럽다.
아마 나는 다섯 시간쯤 걸리겠지........
모든 관계 중에 가장 중요한 <관계>는 자기 몸과의 관계다.
몸이 아파봐라.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
그러니 주말 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산 속을 걷자.
나는 산 중독자다. 난 많이 아주 많이 걷는다. 나에게 산행은 예식이고 구원이다.
남들이 보면 빈 시간을 죽이려고 산행을 하는 줄 알지만, 아니다. 삶의 피곤을 씼는다. 그뿐 아니다.
산행 중에 떠오르는 글감을 정리한다. 기분이 좋기로 이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
산행을 못하게 될 때 이미 나는 죽은 것이다.
내가 너무 지나친 궁핍에 내몰린다면 생존이 삶의 목적이 되겠지만, 그렇게 되지 말기를 바란다.
돈은 필요하지만, 돈이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쾌락주의자 에피큐로스는 "자유로운 삶은 재산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실력자들 밑에 서 노예 노릇을 하지 않고서야 재산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돈이 많으면 잘 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잘 사는 것은 다르다."
4억이 넘는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 자동차 벤틀리, 람보르기니, 롤스로이 페라리를 타지 않아도 난 잘 살고 있다.
아직 두 다리가 성성하고 관절에 이상이 없으니 감사한 일 아닌가.
한 시간을 올라온 셈이다. 운장대는 아직 1.2km 안개가 시야를 가리니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가슴은 시원하다.
경사구간이다. 그래도 나무로 만든 계단이 구간 구간 있어 다행이다.
두 시간만에 서봉에 도착했다. 인증 샷을 하고나서
드디어 2시간 20분만에 정상에 도착 했다. 먼저 도착해서 간식을 먹는 대전에서 왔다는 등산객에게 인증 샷을 부탁하고 서로 간식을 나누면서 내 나이를 말했더니 깜작 놀란다.
요즘, 사람들의 나이에서 20년 정도를 거슬러 70대는 50대, 60대는 40대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었다는 건 의식 속에서만 존재할 뿐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보다 젊은 신체를 간직하고 사는 것이다.
난 내 나이를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산지가 오래 되었다.
15분을 쉬고, 다시 서봉쪽을 향해 원점 회귀해야 한다. 다행히 등상객이 적어 길이 한가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편하다.
때마침 이쁜 손녀 딸 서영이한테서 카톡으로 백운산에 왔다고 사진을 보내 왔다.
산을 즐기는 젊은 이들을 보면 흐믓한 느낌이 든다. 우리 사회가 금방이라도 문명사회가 될 것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딸의 딸 얼마나 귀염둥이인지 모른다. 그런데 어른 스럽다.
조심 조심, 내려오다가 남은 도라지 배즙을 꺼내 젊은 이와 나누어 마시고, 등산 일지를 카톡으로 보낸다고 전화번호를 받고
나는 헤어지면서 싱긋 웃었다.. "싱긋이 웃으면 모든 싸움에서 이긴다"고 말한 성철스님을 떠 올려봤다.
고개를 조금만 숙여도 꼬였던 일들이 쉽게 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잠시나마 함께한 젊은이에게 행운이 있기를 ..........
다섯시간 걸렸다. 안개가 걷히며 해가 비친다. 아쉽다. 운장상 전망대에서 바라볼 풍경을 다시 보기위해 또 와야 할 것
같다. 지난번 속리산 산행 때 문장대에서 천왕봉을 포기하고 하산했다가 몇 일 후 다시 천왕봉을 접수한 것처럼 말이다.
지금 올라오는 등산객도 있고, 침랑을 걸머지고 올라오는 젊은 등산객은 정상에서 자고 낼 구봉산을 정복할 거라고 한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다.
어떤이는 살아 남는 데 일가견이 있고, 혹자는 사는 척 하는 데 일가견이 있고, 혹자는 사는 데 일가견이 있다.
정말 잘 사는 사람은 '허무를 다스리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 아닐까? 싶다. ㅡ난 잘 살고 싶다.~